초록

‘큐피드와 프시케 신화’를 기초로 한 C.S.루이스의 대표적인 신화소설.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북유럽 신화를 토대로 기독교 정신을 드러냈다면,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를 외피로 하여 ‘나니아 연대기’기 보다 더 은밀한 방식으로 기독교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무신론자였던 학부시절 루이스는 '큐피드와 프시케' 신화의 변형을 시도했었는데, 그 뒤 회심하고 그리스도인이 된 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재창작하고픈 열망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한동안 가닥이 잘 잡히지 않았던 이 소설은 노년에 아내인 조이의 도움으로 다시 불이 붙어 한달 여 만에 완성되었다고.

루이스가 말년에 지은 마지막 소설이자 루이스 자신 스스로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이 소설은, 한 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생 프시케와 자신의 추한 모습을 평생 베일로 가리고 어둠 속에서 지낸 언니 오루알. 책 표지를 그린 재미 화가 김원숙의 작가 노트를 살짝 인용하자면, "이 이야기는 신과 인간의 여러가지 사랑을 묘사하고,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는지, 사랑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아픔을 주는지를 그리고 있다. 또 눈에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루이스는 소위 '그리스의 지식'은 인간의 논리와 지식인 반면, '믿음'은 신의 존재를 인정함으로 얻는 지혜라고 말하고 있다."

다소 단순한 스토리 구성 안에 이성과 사랑, 본성과 야만성, 우상 숭배와 계몽의 충돌 등 다양한 인생의 면모를 담아냈지만, 궁극적으로 이 책은 작가가 책 서두에서 인용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소절("사랑은 너무 어려 양심이 무엇인지 모른다네")처럼 '사랑'이라는 한 소절로 귀결된다. 인간 이성의 한계랄지 필연적으로 자기애로 치닫게 마련인 인간의 사랑. 루이스의 또다른 책 '네 가지 사랑'의 심도 깊은 성찰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