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어버린 이모, 아빠의 배신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엄마, 감당하기 힘든 불운한 사건들 앞에 그저 입을 다물고 다 잊어버리고만 싶어 하는 주인공 소년 제이미.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을 두려워한 채, 의미 없는 짤막한 대화만을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불안한 평화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올 수는 있을까.
열한 살 소년 제이미 리어던은 그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어 하지 않고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다. 미시건 주의 배틀 크릭이라는 도시에서 엄마 아빠 그리고 고양이 ‘미스터’와 함께 살 때만 해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는데, ‘원더러스 에이커’라는 시 외곽의 트레일러 주택 단지로 이사 오고 나서부터 그 누구와도, 심지어 엄마와도 말을 잘 섞지 않게 되었다.
불행한 일은 세 가지씩 일어난다는 속담이 있다. 제이미에게도 그해 일어났던 것이 바로 그런 일들이었다. 고양이 미스터가 사고로 죽고, 듬직했던 아빠는 동네 마트의 계산원과 바람이 나 집을 나갔다. 게다가 제이미의 말을 누구보다도 잘 들어 주곤 하던 새피 이모는 체리 통조림 공장에서 쇠파이프가 머리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대수술을 받고 기억이 온전치 않게 되었다.
혼자서는 살기 힘든 새피 이모를 돌보기 위해, 제이미와 엄마는 이모가 혼자 살고 있던 트레일러로 이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는 이모가 사고를 당한 바로 그 체리 공장에 취직해 야간근무조로 일하며 제이미와 이모를 돌본다. 달리 구할 수 있는 직업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제이미를 기다리고 있던 지독한 불행이 한 가지 더 있었으니…….
세 가지 불행에 연이은 또 하나의 사건 이후, 세상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지 않아진 제이미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조차 잘 듣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낱말 채썰기’를 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 뿐. 선생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던 제이미는 학교에 1일 교사로 찾아온 작가(Author)를 아서(Arthur)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잘못 알아듣고 그를 계속 ‘아서 씨’라고 부른다. 글 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서 씨’는 아무도 보지 못하던 제이미의 그늘을 발견해내는데…….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