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1912년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행인』 『마음』과 함께 나쓰메 소세키의 후기 3부작에 속하며,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불안에 대한 작가 특유의 성찰이 담겨 있다. 『피안 지날 때까지』에 대해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죽음을 통과한 사람의 새로운 출발인 동시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출발점으로의 회귀”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나쓰메 소세키가 지병으로 위독했던 기간에서 벗어난 뒤 이 작품을 통해 내보인 진지한 집필 자세에 대한 찬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는 대화를 통해 ‘고등유민’이라는 소세키의 조어(造語)가 사용되고 있다. 고등유민이란 직업을 통한 사회활동을 거부하는 고학력의 방관자적 지식인을 뜻하는 말로, 『그 후』를 비롯한 소세키의 여러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이러한 고등유민이다. 『피안 지날 때까지』에도 두 명의 전형적인 고등유민이 등장하는데, 중년의 고등유민은 사회와 대립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생활을 하는 반면 젊은 고등유민은 ‘관계’의 번민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고통스런 갈등에 싸인다. 이런 고등유민을 둘러싼 다른 유형의 인물들도 등장한다. 사업가로 성공한 실리적인 현실주의자, ‘젊은 고등유민’에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인 어머니와 사랑하는 여인들…….

이러한 다양한 인물들을 관찰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인물은 모험적인 삶을 꿈꾸면서도 학사 출신에 어울리는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한 청년이다. 그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한 세상 모험을 시작하는데, 사실 그 모험이란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다. 즉 “그의 역할은 끊임없이 수화기를 귀에 대고 ‘세상’을 듣는 일종의 탐방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소세키는 인생이란 “자기 같으면서 남 같고, 긴 듯하면서 짧고, 나올 듯하면서 들어갈 듯”한 것이라는 상징적인 은유를 독자에게 던진다.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