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박상의 첫 소설집. 소외된 소시민의 삶과 무질서가 하나의 질서가 되어버린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그들만의 극복 의지를 ‘유머’와 ‘웃음’이라는 코드로 그려온 작가이다.

박상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웃기고 황당하다. 표제작인 「이원식 씨의 타격 폼」의 주인공은 타격 폼이 너무 웃겨서 상대 투수의 컨트롤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고, 「춤을 추면 춥지 않아」에서는 개다리 춤을 고안하는 일에 인생의 의미를 두고 ‘커플 개다리 춤’으로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치통, 락소년, 꽃나무」의 주인공은 무전취식 때문에 들어가게 된 유치장에서 ‘〈락 정신의 죽음〉 제1장 C단조’를 퍼포먼스 하는 락커로 등장한다. 이처럼 과도할 정도로 코믹하고 무리할 정도로 장난스러운 박상 소설은 마치 문학은 「이원식 씨 타격 폼」의 한 문장처럼 “진지한 자세로 해야 한다는 통념을 허무는, 아예 세상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태도 자체를 허무는” 것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의 소설 전반에서 드러나는 주제 의식들은 자칫, 이 세계의 존재 자체가 모두 허망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만큼 어둡고 무겁다. 부조리한 세상의 무질서가 하나의 질서가 되어버린 세계에서 혼자 고독하게 방망이를 쥐고 스윙을 할 수밖에 없음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