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어느 날 갑자기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에 혼자 남겨진 여자가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보낸 2년 6개월의 삶을 일인칭 시점으로 기록한 소설이다. 죽음보다 깊은 고독, 생존보다 가혹한 노동을 견디며 주인공은 자신처럼 벽에 갇힌 동물들을 돌보며 새로운 삶의 공동체를 꾸리고 여성도 남성도 아닌 인간 그 자체의 순수한 삶을 영위해나간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여성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아남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상황에서도 ‘나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존재를 위해 무한히 강인해질 수 있는 모성의 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 암울함과 화사함,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하고 있는 『벽』에서 생명을 낳고 생명을 보살피는 모성의 고통과 희열은 계절의 순환과 함께 무한 반복된다. 그 고요한 순환 속에서 어느 하루도 특별하지는 않지만, 또한 다른 날과 같지도 않다. 암소와 암고양이의 배가 불러오고 새끼가 태어나고, 새끼들이 죽어가고, 또다시 배가 불러오는 과정의 반복과 주인공이 그들을 보살피며 살갗으로 느끼는 감각들, 모성을 지닌 여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