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세기말, 뉴잉글랜드 농경 사회의 정신적 고립과 성적 좌절, 도덕적 절망을 투명하게 관찰한 작품, 『이선 프롬』

이디스 워튼의 많은 소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히고, 그 애절한 사랑 이야기와 예리한 심리 묘사가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결혼한 지 7년 된 젊은 부부와, 그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온 20대 아가씨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출간된 지 백 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그 빛을 잃지 않은 현대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특히 작가 자신의 삶을 가장 진솔하게 그리면서도 동시에 그 삶이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가장 어두운 곳까지 철저히 검토함으로써 인간관계와 거기에 내포된 정서적, 도덕적 함의를 끝까지 천착한 각성의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이 다시 읽어도 변함없는 감동을 안겨줄 뿐 아니라,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주는 데에는 작가의 치밀한 장치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한된 시공간 속에서 여러 요소들이 최대한의 고통을 자아내게끔 치밀하게 조합되었다는 사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혼란스럽고 괴로운 현실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든 각성에 도달해야 한다는 작가 자신의 내적 필요가 일종의 용광로처럼 작용하여 그녀 자신의 체험과 주변 인물들을 가장 솔직하면서도 예술적인 방식으로 변용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인 워튼은 때로는 사랑에 빠진 청순한 처녀가 되기도 하고, 그 처녀와 부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박한 시골 청년 이선이 되기도 하고, 그런 이선을 공감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며 슬픔에 잠기는 화자기 되기도 하면서, 고통으로 충만한 이 작품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