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여기 한 여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상드라(Sandra)이다.
그녀는 사내아이 둘이 딸린 남성과 결혼하여 더없이 사랑스런 딸 마르타(Marta)를 낳았다. 이제 그녀는 가사와 청소를 하는 가정부를 고용하려고 한다. 친구의 추천으로 소개를 받은 젊은 폴란드 유학생이 집에 온다. 그녀의 이름도 공교롭게 마르타이다. 우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드라의 외할머니의 이름도 마르타이다.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때문에 딸의 이름을 똑같이 지었고, 이제 마르타는 3명의 동명이인이 되었다. 딸, 외할머니, 그리고 가정부 모두 이름이 같은 마르타이다.
『마르타를 내보냈다』는 가정부 마르타를 고용했다가 내보내는 여주인 상드라가 1인칭 화법으로 풀어쓴 심리소설이다. 가정부 고용은 자잘한 집안일을 해결하려는 평범한 이유에서였다. 넓은 아파트, 세 명의 아이들, 맞벌이 부부의 빡빡한 시간… 등 작지만 큰 희망을 이루기 위해 난생처음 가정부를 들일 생각을 한다. 그러나 가정부가 이 집에 머물 시간은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단 세 시간뿐이다. 상드라의 희망이 너무 컸을까? 그녀의 기대감은 마르타와의 첫 대면에서부터 어긋난다.
실망은 일상의 자잘한 살림살이에서 시작되었다. 열쇠 문제, 수세미 사용법, 청소기 등의 고민은 보수 문제로 작은 긴장감을 야기하다가 나날이 걷잡을 수 없는 집착, 애증, 불편함으로 커진다. 과연 상드라는 가정부를 둘 자격이 있을까? 여기서부터 여주인 상드라의 과거와 현재, 추억과 상실, 희망과 집착이 (심지어 광기까지!) 가정부 마르타를 매개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제부터 가정부 마르타와 함께하는 시간은 자신의 인생 속에서 ‘타인’이 차지하는 의미를 반추하고 되씹는 아픈 시간이 된다.
상드라의 과거는 ‘사랑받지 못한 자’의 아픔을 간직한 삶이다. 아빠 없이 자란 유년기, 남편을 떠나보낸 엄마의 정신병, 또한 외할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외할머니… 등 이들 불행한 세 여인은 서로의 삶에 작지 않은 애증의 흔적을 남겼고, 가정부 마르타는 상드라의 이 모든 아픔을 일깨울 촉매가 될 것이다.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