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소설 전체의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페트로폴리스’라는 단어는 오시프 만델슈탐의 시집 『트리스티아』에 실린 시의 제목이다. 만델슈탐은 러시아 시어의 정수로 인정받는 작가로, 스탈린으로부터 추방당했던 문학인이다. 그의 유명한 시집 『트리스티아』는 판금조치당하고 시장에 깔린 모든 시집은 전부 불태워졌다. 읽지도, 갖지도 못하는 시집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집은 어떻게 후대에 이토록 널리 알려지게 되었을까? 바로 만델슈탐의 부인 덕택이다. 부인은 죽음을 당한 남편을 대신해, 『트리스티아』의 모든 시를 외워 구전으로 시를 전했다.
소설에서 시집 『트리스티아』는 실패한 사회주의가 ‘소득 수준’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러시아와 몰락한 교양계급 ‘인텔리겐치아’의 운명이면서, 동시에 그 화려한 ‘폐허’를 갈망하는 허영의 사치품이다. 버리기에는 너무도 지적이고, 취하기에는 참 쓸모없는 “인텔리겐치아의 교양”.
이 시공간에서 주인공 사샤 골드베르크가 태어난다. 러시아 사람이면서 흑인 혼혈이고, 혼혈이면서 유대인인, 인텔리겐치아의 후예로. 사샤는 여느 소녀처럼 달타냥과 싱클레어를 보며 이상형을 키워가지만, 호기심과 두려움을 혼돈하는 사이 열네 살 나이에 임신을 하고 만다.
허구한날 ‘모스크바 아카데미’를 들어가야 한다고 닥달하는 유배당한 공주 같은 어머니와, 열살 때 미국으로 도망가 버려 소식조차 없는 아버지, 군대에 징집당한 자퇴생 남자친구.
사샤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