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리브라』는 현대사회의 문화적 경험과 사회적 현실을 깊이있게 통찰하는 작품들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돈 드릴로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JFK 암살범으로 알려진 리 하비 오즈월드의 행적을 중심으로 1960년대 미국 사회 안팎의 세력과 인물들을 재구성한 걸작이다. 극적인 속도감과 탄탄하면서도 세밀한 구성으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세력들이 얽혀 이뤄낸 세계사적 충격의 한 장을 모자이크화처럼 되살려냄으로써,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 그 너머의 ‘진짜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솜씨는 가히 거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마피아, 반(反)까스뜨로 세력, CIA와 구 소련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세력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순탄치 못했던 어린시절을 거쳐 불안정한 인물로 성장한 인간 오즈월드의 심리적 궤적을 추적하고 그가 대통령을 암살한 동기와 과정을 생동감있게 풀어냄으로써 돈 드릴로는 사실과 허구를 능수능란하게 교차시켜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JFK 암살사건은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영화화, 소설화될 정도로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마음속에 역사적 진실의 실체에 대한 의혹과 음모의 가능성을 뿌리깊이 심어준 중요한 계기였다. 토머스 핀천과 함께 포스트모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드릴로는 치밀한 상상력으로 이 역사의 현장을 또 하나의 소설적 진실로 복원해냈다.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