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어머니의 연인』(2000)은 작가 자신의 내밀한 가족사를 다룬 우르스 비트머 자전소설 3부작 중 첫번째로 출간된 작품이다. 평생 아무도 모르게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를 지독하게 사랑하며 황폐한 영혼으로 살다가 여든이 넘은 나이에 결국 그 삶까지 스스로 포기했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녀를 위한 레퀴엠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의 시간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의 삶, 그 조상들의 삶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어머니의 삶의 뿌리를 찾아 살피고, 무엇이 어릴 때부터 이미 그녀 안에 비극적인 성향과 죽음에 대한 동경을 심어놓았는지를 탐구한다. 그의 시선을 통하여 재구성된 어머니의 삶, 이 여자의 바보 같은 사랑과 무지막지한 정열은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이 불쌍한 여인의 일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삶의 희생자가 되어 어둡고 외로운 그늘 속으로 밀려나야 했던 이들의 공감과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가족사를 써내려가면서도 우르스 비트머는 “유머와 진지함을 공존시키는 작가”라는 평에 걸맞게 독특한 거리 두기의 서술 방식과 간명하고 경쾌한 문체로 자칫 무겁고 통속적으로 흐를 법한 사랑의 고뇌와 비극을 아름답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