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아버지의 책』은 『어머니의 연인』 이후 4년 만에 출간된, 비트머 자전소설 3부작의 두번째 책이다. 전작에 이어, 겉으로 보기엔 지적이고 교양 있는 시민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내면이 황폐해져가는 가족사를 내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 우르스 비트머의 아버지인 발터 비트머는 소설 속의 주인공 카를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교사이자 저명한 문학평론가이면서 번역가였다. 아버지는 현실 속에서 산다기보다는 책 속에서, 즉 디드로, 비용, 스탕달과 같은 프랑스 작가들의 세계에서, 혹은 프랑스 민담 속의 바람난 수녀와 수도승 들의 세계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군대에 소집되었을 땐 독일군의 습격을 목전에 두고도 옛 프랑스인들의 사랑이야기를 기록하는가 하면, 소집 해제가 된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가족들과 해후를 즐기기도 전에 그간 쓰지 못했던 글들을 머릿속에 한 단어도 남지 않게 될 때까지 쓴 뒤에야 비로소 가족과 포옹을 할 정도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가족이나 세상과의 소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의 삶은 어머니와 자신에게 큰 상처와 공허함을 남기게 된다.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