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소나기를 만난 승려는 비를 그으러 들어간 허름한 오두막에서 몇몇의 남녀와 마주치게 된다. 흰 승복을 두른 어행사에, 여자 인형사, 상인, 젊은 남자 등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비 내리는 밤에 어울릴 법한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야기의 시작은 『천일야화』나 『데카메론』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려는 사람들의 괴담 열전이나, ‘언니를 사랑한 산고양이’, ‘팥 이는 귀신’ 등의 독특하고도 오싹한 소재가 흥미를 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이야기가 승려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다른 이야기를 이룬다. 헛간 밖에서는 ‘쏴락 쏴락’ 하며 팥을 이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승려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그를 진정으로 무섭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항설백물어』는 에도시대의 화가, 다케하라 슈운센竹原春泉이 실체가 없는 요괴에 실체를 덧입힌 괴담집, 『회본백물어』에 등장하는 「아즈키아라이」, 「하쿠조스」, 「마이쿠비」, 「시바에몬 너구리」, 「시오노 초지」, 「야나기온나」, 「가타비라가쓰지」 등 일곱 가지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팥을 이는 귀신, 스님으로 둔갑해 살아온 여우, 머리가 잘린 채로 계속되는 싸움, 개에게 물려 죽은 너구리 이야기, 오래된 버드나무의 저주, 대낮 한길에 나타나는 썩어가는 시신……. 요괴의 짓으로밖에 볼 수 없는 끔찍하고 괴이한 일들은 사실, 마타이치를 비롯한 인형사 오긴, 신탁자 지헤이 등의 소악당들이 쳐놓은 이중 삼중의 교묘한 함정이다. 작은 움직임이나 정체불명의 소리, 불가사의한 현상을 요괴의 짓으로 듣고 보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고,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요괴보다 무서운 사악함 또한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사실, 소설의 테마가 된 『회본백물어』는 인간의 추악한 마음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등장인물들이 악한을 제거하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권선징악적 전개의 이면에는 통쾌함과 함께 한없이 약하고 악한 인간을 향한 연민과 슬픔이 자리 잡고 있다. - 출판사 리뷰 중
『항설백물어』는 에도시대의 화가, 다케하라 슈운센竹原春泉이 실체가 없는 요괴에 실체를 덧입힌 괴담집, 『회본백물어』에 등장하는 「아즈키아라이」, 「하쿠조스」, 「마이쿠비」, 「시바에몬 너구리」, 「시오노 초지」, 「야나기온나」, 「가타비라가쓰지」 등 일곱 가지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팥을 이는 귀신, 스님으로 둔갑해 살아온 여우, 머리가 잘린 채로 계속되는 싸움, 개에게 물려 죽은 너구리 이야기, 오래된 버드나무의 저주, 대낮 한길에 나타나는 썩어가는 시신……. 요괴의 짓으로밖에 볼 수 없는 끔찍하고 괴이한 일들은 사실, 마타이치를 비롯한 인형사 오긴, 신탁자 지헤이 등의 소악당들이 쳐놓은 이중 삼중의 교묘한 함정이다. 작은 움직임이나 정체불명의 소리, 불가사의한 현상을 요괴의 짓으로 듣고 보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고,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요괴보다 무서운 사악함 또한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사실, 소설의 테마가 된 『회본백물어』는 인간의 추악한 마음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등장인물들이 악한을 제거하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권선징악적 전개의 이면에는 통쾌함과 함께 한없이 약하고 악한 인간을 향한 연민과 슬픔이 자리 잡고 있다.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