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마이클과 폴린은 서로가 서로를 위한 완벽한 짝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2차 대전의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의 분위기에 떠밀려 급하게 결혼을 하기는 했으나 누가 봐도 그들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완벽한 신랑 신부였다. 하지만 2년 후, 가게 위층의 비좁은 살림집에서 아이 하나를 낳고 둘째를 임신한 젊은 부부의 일상은 이미 그들이 상상했던 결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십년이 흐르고 또 십년이 흐르고 그들의 아들딸이 다시 그들의 자식을 가지는 때가 와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다른 부부들은 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철이 들고 자신의 역할에 익숙해지면서 아마추어의 행렬에서 벗어났는데 왜 자신들만 여전히 아마추어로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인 걸까.
이성적이고 신중하고 현실적인 남편은 감정적이고 다혈질에 충동적인 아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그녀가 함부로 내뱉는 말들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결혼이란 두 영혼의 엮어 짜기’라고 믿는 아내는 ‘두 사람이 나란히, 그러나 따로 떨어져서 걸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남편의 무덤덤함이 못내 서운하기만 하다. 다른 모든 부부들처럼 그들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지만 어머니의 열정을 물려받은 듯한 큰딸은 어느 날 밤 훌쩍 가족을 떠나더니 소식 대신 손자를 안겨오고, 모범생이었던 큰아들은 자신의 가정을 꾸리더니 남처럼 군다. 혼기가 한참 지난 막내딸은 부모님을 이해는 하지만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결국 그들은 좋은 남편도 아내도 부모조차 되지 못한 걸까. 우리네 인생에서 프로가 되는 순간은 결코 오지 않는 것일까.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