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베네치아 경시청의 경감 귀도 브루네티는 어느 날 젊고 아름다운 숙녀의 방문을 받는다. 그녀는 브루네티를 잘 아는 듯했지만, 브루네티는 그녀가 누군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유행 지난 단발머리 스타일에 싸구려 합성섬유로 된 옷을 입고 낮은 굽 구두에 볼품없는 핸드백을 든 여자. 하지만 찬찬히 다시 보니 진흙에 묻힌 듯 아름다운 얼굴이 생기 있게 빛난다. 그렇다. 브루네티는 사복을 입은 그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생소했던 것이다. 그녀는 1년 전까지 브루네티의 어머니가 계신 양로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임마콜라타 수녀였다. 브루네티는 늘 그녀가 노인들을 대하는 착한 심성과 다정한 배려에 감탄해왔다. 그런데 웬일로 경찰서에?
임마콜라타 수녀(속명은 마리아 테스타)는 전근 후 근무하던 양로원에서 노인 다섯 명이 차례로 죽은 것에 대해 수사해달라고 부탁한다. 증거는 아무것도 없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그들이 죽음이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양로원을 운영하는 수녀원장과 고백성사 담당 신부님께도 이미 얘기해봤지만, 그들은 오히려 자신을 나무라고 침묵의 벌을 줬다고. 그래서 수녀원을 나왔다고.
브루네티는 노인들의 유산상속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유언장에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살피기 시작한다. 돈의 흐름을 살피면 범죄의 동기가 잡히니까. 하지만 유언장이 고쳐졌다거나, 양로원이나 수녀원에 기증된 유산은 거의 없거나, 범죄를 저지르기엔 너무 작은 액수였다. 그래서 수사를 접으려는 찰나, 마리아가 뺑소니차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이것은 사고인가 살인미수인가?
다시 정보를 파헤치기 시작한 브루네티는 점점 불쾌한 사실을 알게 된다. 영혼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고백성사 담당 신부, 수녀들의 월급을 가로채는 수녀원장, 어린 여자애들을 성추행하는 교구 신부…… 모두 종교적 권위에 교묘히 숨어 자행되는 사건이다. 그러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종교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에 여간해선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수사선상에는 오푸스데이의 이름까지 떠오른다. 오푸스데이. 교황 직속의 비밀 종교결사. 실체를 확인할 수 없음에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집단. 그리고 경시청 총감을 통해 사건수사를 종결지으라는 압력이 들어온다. 이제 공식적으로는 수사를 계속할 수 없게 되는데…….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