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수은충에 이끌린 사람들의 어두운 일상
『수은충』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는 수은충이라는 가공의 벌레를 중심으로 살인, 근친상간, 자살, 이지메, 탈선 등 수은충에 이끌린 사람들의 어두운 일상을 그리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언제 꿈틀댈지 본인도 알 수 없는 수은충은 억제된 파괴 충동, 인간이 지닌 양면성의 다른 이름이겠다. 안식을 주지 못하는 가정, 뿔뿔이 흩어진 관계들이 영혼에 칼자국을 내고 벌레를 키워낸다. 보통 사람들이 어디 대단한 악행을 저지를 기회나 있을까. 항상 작은 몸짓, 무표정, 인색한 게으름 따위가 생채기를 내고 곪게 만든다. 그래서 평범한 소시민도 목덜미에서 수은충이 꿈틀거리면 언제든지 파멸로 치달을 수 있다. 이야기가 결정적인 국면에 접어들면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섬뜩한 촉감을 느끼며 몸서리칠 것이다. 벌레는 클라이맥스를 촉감으로 실감하게 하는 강력한 모티프인 셈이다.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