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발표된 지 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뱀파이어란 소재는 대중을 현혹하는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이다. 불멸의 생명력, 인간의 능력을 한참 뛰어넘는 육체와 정신력, 치명적일 만큼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인간의 피를 마시며 살아가는, 인간으로서는 유일한 먹이사슬의 상위단계. 그들은 그 기묘하고 잔인하며 치명적인 매력으로 인해 언제나 소설과 영화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왔다. 『이미 죽다Already Dead』도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무대인 뉴욕 맨해튼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뱀파이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찰리 휴스턴. 그가 시리즈로 기획한 이 소설은 삶이라는 현실을 투박하고 거칠게 살아가는 뱀파이어의 이야기이다. 이들에게는 몇 세기에 걸쳐 비극적인 삶을 살다 낭만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일은 없다. 처절한 비즈니스와 권력의 상하관계 속에서 인간의 낮보다 더 비열한 밤을 보낼 뿐이다.
작가 스스로도 브램 스토커나 앤 라이스의 작품보다는 하드보일드를 대표하는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스타일을 의식적으로 염두에 두고 소설을 집필했다고 하니, 우리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 소설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작가의 이런 의도는 독자들을 열광시켰으며, 미국 대중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은 그를 가리켜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고 극찬했다.
할리우드 역시 당연히 이 매혹적인 시리즈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이미 죽다』에 이어 총 5부작으로 기획된 찰리 휴스턴의 ‘조 피트’ 시리즈는 피닉스 영화사에서 영화 「블레이드」 시리즈 제작팀이 영화화할 예정이다. 소설은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최근 4편까지 출간되었다.
몇 개의 뱀파이어 지하조직이 구획을 나누어 밤을 지배하는 현대 뉴욕의 맨해튼. 조 피트는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로 모든 뱀파이어 조직이 탐내는 인물이자 가장 경계하는 존재이다. 평범한 인간들은 그를 밤에만 활동하는 사설탐정쯤으로 알고 있지만, 지하조직들 간의 미묘한 권력 싸움의 중심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해결사로 활동한다.마치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에 등장하는 필립 말로가 뱀파이어가 된 듯한 설정, 냉소적이지만 너무나 쿨한 유머로 독자를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드는 조 피트의 독백은 백 년이 넘는 뱀파이어 픽션 사상 가장 멋지고 독창적인 캐릭터의 등장으로 평가받는다.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