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주인공 에드워드 램은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 편집자이자 성공한 출판업자로, 이제 막 프랑스에 도착했다. 오랜 친구이자 소설가인 니콜라 파브리가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하는 영광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친구의 영광을 지켜보는 그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그는 허영기 많고 유명세를 갈망하는 파브리가 쓴 소설을 손수 영어로 번역하여-심지어 원작보다도 훨씬 훌륭하게 윤을 낸 문장으로- 영미권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고, 결국 그가 오늘의 자리에 서게 한 일등공신이다.
에드워드와 니콜라의 관계는 30여년 전,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거슬러올라간다. 문학을 사랑하는 핏기 없고 존재감 없는 소년 에드워드는 알렉산드리아 총영사의 아들인 니콜라를 만나고 잘생긴 그에게 매혹된다. 니콜라와 교분을 맺고 싶었던 에드워드가 친구들과 함께 만들던 문예지에 니콜라의 소설을 실어주면서 둘의 악연은 시작된다. 사실 그 첫 소설 역시 차마 읽을 수 없는 형편없는 문장을 에드워드가 손보아주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에드워드의 비밀스러운 첫사랑인 이집트 소녀 야스미나가 운하에서 시체로 떠오르고, 상심한 에드워드는 평생을 이성과는 인연이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심지어 2차 대전에 참전했을 때도 그의 역할은 문서와 신분을 위조하는 첩보원이었다.
한편 니콜라는 사내다움과 매력을 앞세워 전쟁터에서도 승승장구한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그의 영광도 잠시 꺾이는 듯하지만, 그는 다시 소설가로 변신하여 유년시절의 이국적인 풍경과 에드워드가 던져준 문학적 모티프들을 그러모은 소설로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그리고 항상 그 그늘에는 질투와 애증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를 지켜보는 에드워드가 있다.
어느 날 에드워드는 니콜라에게 신작 원고를 받아들고, 그것이 30년 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죽은 그의 첫사랑 야스미나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야스미나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니콜라였던 것이다. 동시에 에드워드는 니콜라의 이번 작품이 공쿠르 상을 탈 만큼 화제성과 문학성을 지닌, 그의 진정한 첫 걸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를 향한 치밀한 복수극을 계획한다. 이제 책의, 작가의, 한 편집자의 손이 보이지 않는 복수와 죽음의 기계장치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