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남자는 매일 밤 들려오는 여자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녀의 흐느낌은, 메마른 고독감과 상실감을 안고 살아온 그를 대신해서 울어주는 듯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였다. 그래서인지 기분 나쁠 수도 있는 한밤의 흐느낌에 그는 오히려 사랑을 느끼고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다가간다.
갑작스러운 여자의 방문에 남자는 먹다만 카레라이스를 내밀고, 그의 소박하고 악의 없는 온기에 그녀의 단단했던 외로움은 어느 새 녹아내린다. 너무나 사소하여 눈치조차 채기 힘들었던 상대방의 고독을 감지한 그들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병세가 심해지면 자신을 죽여달라는 동창생을 사랑하게 된 30대 남자의 이야기(마지막에 피는 꽃)나, 여동생의 대리모 역할을 하게 된 불임 부부의 이야기(세상의 끝에 머물다) 등을 통해 작가는 한 남녀의 사랑이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고 있다.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