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1914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베트남을 떠나 프랑스에 도착한 18세에 나는 죽었다"는 그녀 자신의 말처럼 메콩강 유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그녀의 영원한 문학적 토양이었다. 1932년 프랑스에 영구 귀국하여 소르본느 대학에서 수학 법학 정치학을 전공한 그녀는 1943년 『철면피들』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84년 공쿠르 상을 받은 『연인』은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수백만 부가 팔렸고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지명도는 뒤라스를 제대로 소개하는 데는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 변화와 젊음의 추구를 ??추지 않았던 뒤라스의 실험정신이 『연인』의 그늘에 대부분 가려져왔기 때문이다.

젊은 날 고 미테랑 프랑스 전대통령과의 우정을 맺어준 레지스탕스 활동, 6년 남짓한 공산당 활동의 맥을 잇기라도 하듯, 그녀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관심과 재능은 문학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걸작으로 꼽히는 「내 사랑 히로시마」의 시나리오를 쓰는가 하면 영호 「인디아송」을 직접 제작하는 등 영화와 연극의 장르에서도 눈부신 빛을 발했고 중대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열정과 신념을 무기로 거침없는 삶을 지나온 뒤라스는 지난 80년 서른다섯살 연하의 남자 얀 앙드레아와 사랑에 빠짐으로써 나이 예순다섯에 불꽃 같은 삶의 희열을 또 한 번 선사받았다. 여든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마지막 15년간 사랑의 기쁨과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죽음의 고비 사이에서 숨가쁜 말년을 살았던 뒤라스는 진정한 자유의 여인이었다. 그러나, 숱한 인생의 편력 끝에 죽음을 눈앞에 두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마지막 책 『이게 다예요』로써 우리는 글쓰기야말로 뒤라스의 시작이요 끝임을 확인하게 된다.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