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의 두 주인공은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로 대립되기도 하지만, 한 가족을 이끌어가는 두 아버지로서도 대립각을 보여준다. 존경 받는 영문학 교수로서, 가장 이상적인 미국 중산층의 4인 가족을 이끌어가는 ‘착한’ 아버지 에단.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제적 안정과 명예까지 갖춘 이 가족은 겉으로는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성숙한 아들과 아버지는 이미 소원해진 상태고 무슨 일이든 속으로 삭이는 남편에게 아내는 견디기 힘든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한편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가정에 대한 무관심을 견디지 못한 아내의 이혼 요구에 단 한 순간 화를 참지 못한 드와이트. 아내를 향해 휘두른 주먹에 싸움을 말리러 나온 어린 아들이 맞는 바람에 아버지와 아들, 둘 다 계속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간다. 잘 나가는 변호사로서의 부와 명예를 모두 잃고 단지 일 주일에 한 번 아들을 만나는 재미로, 그리고 언젠가는 가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드와이트는 레저베이션 로드에서 에단의 아들을 친 후, 더할나위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들의 죽음 후 잡히지 않는 범인에 대한 복수심에 더욱 내면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에단, 그리고 사고 순간의 두려움과 아들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현장에서 달아났지만 스스로 자수할 용기도 갖지 못하고 죄의식 때문에 경찰이 자신을 잡아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드와이트. 이 두 아버지의 긴장감 넘치면서도 가슴 한편으로 애절한 심리가 펼쳐지는 『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는 독자가 쉽사리 상상하기 힘든 놀라운 결말에 도달한다.
극단적 슬픔과 마주한 두 아버지, 그리고 두 가족이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원망하고 자책하고 또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과 상실, 의무와 죄의식, 분노와 구원에 대한 작가의 휴머니즘적 견해를 보여주는 『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는 올 겨울 가장 감동적이고 문학적인 작품으로 독자의 가슴에 깊이 기억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