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의 유명한 시 <해변의 묘지>의 한 대목을 모티브로 작가의 체험이 어우러져 쓰여진 작품, 호리 다쓰오의 <바람이 분다>. 호리 다쓰오는 쇼와(昭和) 초기, 전쟁이라는 불안한 당시 시대 상황 속에서도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작품 세계를 유지해간 일본 작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제자로서, 문단에서의 첫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성가족(聖家族)>은 그에게 문학의 길을 가도록 해준 스승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작품 속에 투영시키고 있다.

작품은 “죽음이 마치 하나의 계절을 열어놓은 것 같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쇼와 시대가 시작된 지 얼마 안 있어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자살한 아쿠타가와의 죽음을 구키(九鬼)라는 인물의 죽음에 담아내면서 시대와 계절을 중첩시켜 표현한 것이다.

대표작 <바람이 분다>는 일본어 원제는 <風たちぬ>로서 일본에서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재탄생된 인기있는 작품으로서 작가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핵이라는 병을 앓는 약혼자를 데리고 산속 요양소로 들어가 계절의 추이를 ‘죽음을 앞둔 사람만이 진정 자연을 아름답게 느낀다’는 말처럼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게 느끼며, 모두 ‘막다른 길이라고 여기는 곳’인 요양소에서 두 사람만의 행복의 기쁨을 온전히 만끽하는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그 처절하리만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풍광의 추이와 두 남녀의 심리의 추이를 담아낸 작가의 역작이다.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