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현실과 유리된 채 자기만의 세계에서 사는 인물을 그리며 사회에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장 콕토의 『앙팡 테리블』을 당대 사람들은 그의 연인이기도 했던 레이몽 라디게의 『육체의 악마』와 함께 휴머니즘에 대한 거침없는 도전으로 받아들였으며, 이후 이 작품은 '반소설(anti-roman)'의 서문 격인 소설로 평가되기도 했다. 180쪽밖에 되지 않는 이 짧은 소설에 담긴 동성애, 근친상간, 자살과 같은 소재의 무게감과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엄청난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당신의 소설은 나의 이야기입니다."(Je suis votre livre, Nous sommes votre livre.)라는 내용의 팬레터가 쏟아질 만큼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