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어린 여행자 몽도는 여러 도시를 거쳐 바닷가 도시로 흘러온 떠돌이 고아 소년이다. 륄라비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어느 날 아침부터 주로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소녀이고, 종은 새 자전거를 타고 처음으로 밖에 나온 날, 학교 가는 길에 항상 보던 신이 사는 산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쥐바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소 두 마리로 물레를 돌려 메마른 사막 땅에 물을 흘려보내며 하루를 보내고,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소년 다니엘은 매일 바다를 꿈꾸다가 어느 날 기숙사를 나와 바다로 향한다. 강가 제방의 가난한 오두막 촌에 사는 알리아는 마르탱 할아버지가 이야기해 준 환상의 나라 아자랑에 갈 수 있기를 꿈꾸고, 사막을 헤매다 네 명의 어린 목동들을 만난 가스파르는 그들과 함께 염소와 양을 지키며 사막에서 살아간다. 마을 끝 땅바닥에 앉아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있길 좋아하는 작은 십자가는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빛, 구름, 꿀벌 등 그녀를 찾아오는 하늘을 만난다.
르 클레지오의 다른 작품에도 그렇지만 이 책에는 특히나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작품들 속의 아이들은 단순히 어른이 되기 전의 나이 어린 인간이 아니다. 그들은 자연에서 분화되기 전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간직하고 있는 인류의 이상이자 신화의 세계를 간직한 인류의 꿈과 같은 존재이다. 그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파도 위에 반짝이는 빛만큼이나 무수히 존재할 줄도 알고, 아주 작은 벌레의 구멍과 하늘 밖의 우주를 동시에 바라볼 줄도 안다. 또 하늘에서 내려오는 구름과 빛을 만나고 지혜로운 염소와 별의 이야기를 들을 줄도 안다. 몽도, 륄라비, 종, 쥐바, 가스파르……. 이 아이들은 각각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하나의 영혼을 가진 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가지는 공통의 영혼은 다름 아닌 르 클레지오의 문학적 이상이고 이 아이들은 그의 이상적 자아이다. 따라서 이 책에 담긴 여덟 가지 이야기는 각각 다른 이야기이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르 클레지오가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세계는 서구 문명과 동떨어진 자연 친화적인 세계이다. 바다와 산, 황량한 사막 땅, 모래 언덕과 초원……. 그가 자신이 속해 있는 서구 문명 세계 대신 이러한 곳을 택한 이유는 아마도 어린 시절과 그 이후의 경험에 기인할 것이다. 여덟 살이 되던 해 그는 아버지가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나이지리아로 건너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군복무는 태국과 멕시코에서 했고 제대 후에는 파나마로 건너가 그곳 원주민들과 수년간 함께 생활했다.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경험은 그의 근본까지 흔들어 놓을 만큼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작품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