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쉽게 규정되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들로 지난 25년 동안 독자들과 평단의 주목을 동시에 받으며 현대 영국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소설가 이언 뱅크스의 작품 『다리』가 번역가 이예원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말벌 공장』,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에 이어 뱅크스의 작품으로는 세 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다리』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자 작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끝 모를 상상력과 중층적 구조, 정교한 구성,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뱅크스는 일반 주류 소설은 「이언 뱅크스」라는 이름으로, SF 소설은 「이언 M. 뱅크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다리』는 「이언 뱅크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이른바 주류 소설에 속한다. 하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중층적 구조와 신화적 요소, 작품 곳곳에서 빛나는 SF적 상상력은 그러한 장르 구분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 더 나아가 뱅크스는 「문학계의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별명에 걸맞게 능수능란하게 장르들을 뒤섞고 비틀면서, 유희와 사유를 동시에 펼친다. 또한 이 작품은 다양한 상징과 은유, 복선들이 마치 정교하게 흩어 놓은 퍼즐 조각들처럼 곳곳에 깔려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의 수수께끼를 풀듯 책을 읽어 나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심지어 소설에서 한 번도 명시되지 않는 주인공의 이름조차 작가는 여러 단서들을 여기저기 배치해 독자들이 추측해 낼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튀어나오는 유머 감각도 독자를 즐겁게 한다. 이처럼 이 책은 한번 잡으면 좀처럼 손에서 놓기 어려운, 또한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는 다시 첫 페이지를 펼치게 되는 중독성 강한 소설이다.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