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현대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1957년 첫 시집을 발표한 이래 1989년 5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60여 편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세계를 남겼다. 그의 작품세계는 자전 소설, 중.장편 소설, 단편, 희곡, 시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으며, 각 장르에서 눈부신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이제까지 자전 소설, 중·장편 소설, 희곡 등은 지면과 무대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어왔지만,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단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토마스 베른하르트가 1967년에 발표한 『단편집Prosa』에 수록된 단편 7편과 1971년에 발표한 『슈틸프스의 미들랜드Midland in Stilfs』에 수록된 단편 3편 등 모두 10편의 주옥같은 단편을 묶고 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1968년 오스트리아 산업 단체에서 수여하는 빌트간스Wildgans 상에 대한 답사로 작성한 글에 “죽음은 나의 테마입니다”라고 적은 바 있다. 실제로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에는 질병으로 죽어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살인을 하거나 살해당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줄거리나 플롯은 없이 다만 누군가의 죽음이 주어지고, 그 사람이 죽기까지의 정신적 혼란의 과정이 광기 어린 독백 속에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파멸의 과정은 결국 부조리 속에 구속된 인간의 보편적인 상황을 묘사하고 있으며, 등장인물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찰과 상념은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보여준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절망적이고 부조리하고 음습한 작품세계는 독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세계는 한번 접하고 나면 도저히 피할 수 없다”는 비평가 페터 함의 말대로, 그를 읽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독특한 문학적 체험이 될 것이다. - 출판사 리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