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작품은 국제학술회의와 영어권 밖의 영어영문학 교수협회 주관 학술회의들, 즉 교수 사회이자 학계를 주 무대로 한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몇몇의 작가, 출판업자, 관련자들을 제외하고는, 주로 ‘전세계를 캠퍼스 삼아 제트기를 타고 여행하는 학자들’이다. 『교수들』은 그들의 면면을 드러내며 각자 야심과 욕망을 보여주는데, 학자들의 국적은 영국, 아일랜드, 미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일본, 한국 등에 이를 정도로 전세계적이다.

성배聖杯 전설의 아서 왕과 어부 왕 전설의 어부 왕에서 따온 이름을 가졌으며 신체적·지적으로 불능인 은퇴한 문예이론가 아서 킹피셔를 중심에 두고, 교수들은 성배를 탐색하는 기사들처럼 학술회의에 참가하며 세계를 일주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신참내기인 퍼스 맥개리글이 안젤리카라는 여성 학자의 사랑을 찾아 가장 왕성하게 전세계를 헤집고 다닌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학자 사회의 별의별 모습이 다 풍자적으로 그려진다. 자기 발표만 하고 학술회의장에서 내빼기, 학술회의에 참가한 이성에게 치근대기, 잘못된 임용, 경쟁 교수의 저서 읽지도 않고 폄하하기, 경쟁 교수의 저서 일부러 비판하기, 한번 쓴 논문 재탕삼탕하기, 표절, 제자와 성적性的으로 성적成績 거래하기, 명성과 자리에 대한 야욕, 학자끼리 난교 파티하기 등등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통찰하자면, 『교수들』은 사랑이라는 성배를 찾아다니는 신참내기 교수 퍼스가, 문예이론이라는 성배의 비밀을 간직한 채 은퇴해 있는, 문예이론계의 제1인자 아서 킹피셔를 성적·문예이론적인 불능에서 구원해낸다는 이야기다. 퍼스는 성배의 의미와 소재所在를 묻는 질문(다음 Ⅳ, Ⅴ부 참조)으로 아서 킹피셔가 깨어나 유네스코 문예비평위원직에 오르게 한다. 반면 제1인자에게나 합당한 ‘유네스코 문예비평위원직’을 두고 서로 경쟁하거나 이러저러한 문예이론을 품고 학술회의로 몰려다니던 다른 교수들은 헛된 야심과 욕망을 좇는 기사들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