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연쇄살인범 얘기다. 그런데 “여자” 연쇄살인범 이야기이다. 범죄수사학이 다루는 여자 살인범은 그 살해의 대상이 대개 가족이나 친지 등 관계와 공간에 있어 한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 많은 연쇄살인범들이 사회에 대한 까닭 모를 적대감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남자들인 데 반해, 여자 살인범의 방식은 희귀하거나 특별할 수밖에 없다. 대개 여자들의 살인 방법상, “특정한 관계의 누군가”를 목적과 대상으로 삼아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연쇄살인이라는 행위 자체는 드물기 때문이다.
성격장애에 관한 얘기다. 그런데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을 다룬 이야기이다. 관심받기 위해 아픈 척하는 “꾀병”을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한층 더 심한 것은,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은 아픈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대리인)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아이는 “아파야만 하는 것”이다.
작가 질리언 플린은,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페이지 넘기는 손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힘, 섹시하다고 할 만한 힘으로 이 가족사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알코올, 가십, 섹스, 날카로운 것으로 제 몸을 파내며 자해하는 커터(cutter), 한 가족의 기능 장애, 살인 사건까지를 능란하게 넘나든다. 그리고 뮌하우젠 증후군이 있다. 1980년대가 거식증의 열병을 앓았다면, 이제는 뮌하우젠 증후군, 특히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이 ‘유행’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