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냉정과 열정 사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통해 고독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을 말하던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이번 작품 『태양을 기다리며』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사랑과 기억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소설은 1937년의 난징, 1945년의 히로시마, 1970년의 도쿄, 세기말의 신주쿠를 배경으로 하여, 기억으로 붙잡고 있는 아픈 사랑 이야기들을 여러 인물들 속에서 엮어나간다.
난징 대학살, 히로시마 원폭 투하라는 부조리한 시대의 아픔 속에서 그래도 놓을 수 없었던 사랑의 기억, 그 상처뿐인 기억을 치유하고 그 사랑을 안고 살아가는 일은 남겨진 자의 몫이라는 소설 속 메시지는 한결 깊어진 눈으로 삶과 죽음의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게다가 이 작품이 프랑스에서 번역되어 문학상 후보에까지 오른 걸 보면 츠지 히토나리가 그려내는 세계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인간 의식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