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10여 년 후, 저지대의 안술. 자유롭고 아름다운 도시 안술은 지금 알드 지배하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메메르 갈바는 알드의 침공 때 어머니가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해 태어난 ‘농성의 자식’으로, 야위고 창백한 얼굴에 양털머리, 한눈에도 혼혈임을 알 수 있는 외모 때문에 마음고생을 할 때가 많다. 그런 그녀에게 안식처가 되어 주는 것이 바깥세상에선 금지된 문자들을 허공에 그려 숨겨진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비밀의 방. 그곳에 들어서면 때때로 책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것은 그녀만의 비밀스런 재능이자, 어머니가 죽음으로써 끊어졌던 갈바 혈통이, 집안의 어른이자 안술의 정신적 지주인 수장 어른의 피가 자신의 몸 속에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으로 나간 메메르는 갑자기 달려드는 말 때문에 사고를 당할 뻔한다. 그때 사자와 함께 한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메메르를 도와주는데, 그녀가 바로 오렉과 함께 고원지대를 떠났던 그라이였다. 첫눈에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급속하게 친해지고 그라이를 통해 메메르는 이제는 서부 해안의 전설적인 시인이 된 오렉을 만나게 되는데……. -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