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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마법이 나오는 완벽한 모험담의 형태로 첫 편이 탄생한 순간부터, 어스시 소설들은 이미 일반적인 상업 판타지와 본질적인 차이를 지녔다. 르 귄은 SF와 판타지 장르를 인류학적, 환경주의적, 여성주의적 사회 실험의 도구로 썼다. 그리고 어떤 진지한 문학보다도 더 정면으로 강력하게 인간성의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인간이 가진 힘과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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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마법이 나오는 완벽한 모험담의 형태로 첫 편이 탄생한 순간부터, 어스시 소설들은 이미 일반적인 상업 판타지와 본질적인 차이를 지녔다. 르 귄은 SF와 판타지 장르를 인류학적, 환경주의적, 여성주의적 사회 실험의 도구로 썼다. 그리고 어떤 진지한 문학보다도 더 정면으로 강력하게 인간성의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인간이 가진 힘과 그것을 사용하는 윤리의 문제를, 마법 능력을 남용하는 실수를 저지른 주인공 게드와 그 결과로 생겨난 ‘그림자 괴물’ 간의 추격전이라는 은유를 통해 박진감 있게 펼쳐 나간다. 『아투안의 무덤』에서는 또 다른 주인공인 소녀 테나가 인습(‘대지의 악한 정령들’로 표현되는)에 대한 굴종을 떨치고 한 인간으로서 선택의 책임을 기꺼이 떠메기까지 중대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머나먼 바닷가』에서, 죽음을 면하고 영생을 얻고자 하는 한 마법사의 욕심은 온세상의 균형을 어그러뜨리며, 대현자가 된 게드와 소년 왕자 아렌은 죽음의 땅을 찾아가 그를 제지함으로써 생을 진정으로 누리기 위하여 죽음을 긍정하는 법을 깨우친다. 『테하누』는 장르 판타지의 상식을 거의 모조리 뒤집고 마법의 힘을 모조리 소진한 게드와 테나 그리고 화상을 입은 어린 소녀 테루를 통해 살아감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전 세계 수백만 독자들을 관료한 어스시 소설들은 3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통해 한 편 한 편을 쌓으며 영글어 온 르 귄 문학의 결정판이다. 『어스시의 이야기들』에는 절정에 이른 시리즈의 힘과 완숙한 작가의 필력을 통해 어스시 세계를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게 해 줄 다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된다. 소재상으로는 기존 독자들을 즐겁게 해 줄 단서와 정보들이 풍성하고, 주제와 깊이에 있어서는 장편에 지지 않는 묵직한 감동으로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정련된 단편 작가로 이름난 르 귄의 성가를 다시 실감하게 할 완성도 높은 작품들은 장편에서 다루어지지 못했던 어스시 세계의 구석구석을 작은 등불들처럼 비추어 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밝히며 어스시의 매력을 완전하게 체험하게 해 줄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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